사회 사회일반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 3년 지났지만… 여전히 '솜방망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27 18:03

수정 2022.01.27 18:03

상해·폭행 매년 2천건 넘지만 징역·벌금형 처벌 10% 그쳐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 3년 지났지만… 여전히 '솜방망이'
의료인을 상대로 한 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의료인에 대한 폭력은 결국 환자들의 피해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료 기관 폭력 매년 2000건 넘어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매년 2000건이 넘는 폭력 범죄가 의료 기관에서 일어난다. 2019년부터 의료인 폭행을 가중처벌하고 의료 기관 내 보안 인력과 비상벨 배치를 의무화한 '임세원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상해와 폭행 등 의료 기관 내 폭력 범죄는 2019년 2522건, 2020년 2194건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에는 서울 송파구의 한 치과에서 30대 남성 A씨가 "4년 전 진료받은 부위가 아파 불만"이라며 여성 의사를 둔기로 수차례 때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해 11월 전남 구례군에서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B씨(75)가 방역 수칙에 대해 안내하려고 방문한 의료진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고 방호복을 찢는 등 폭행했다.

이진균 대한치과의사협회 법제이사는 "요즘 의료 현장은 물리적 폭행뿐 아니라 폭언 등에도 시달린다"며 "자신을 '위원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아무개씨, 아무개님이라고 불렀다고 고성을 지르며 소동을 피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환자들에게도 악영향"

의료계는 "의료인 폭행은 피해자가 다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환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이진균 이사는 "환자 3명을 진료하던 의사가 그중 1명에게 폭행당하면 나머지 환자 2명은 중차대한 신체 손상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한다"고 강조했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도 "피해 의사가 회복해 진료에 복귀하면 아무래도 전보다 방어적으로 환자들을 대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의료인과 환자 보호 측면에서 가해자 처벌이 세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진균 이사는 "임세원법으로 의료인을 폭행하면 가중처벌할 수 있게 됐지만 실제로 의료인이 상해를 입은 사건을 보면 법원 판결이 강화된 법을 따라가는 것인지 의문일 정도로 '솜방망이 처벌'이 많다"고 지적했다.

2019년 11월 의협이 회원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료인 폭력 문제 관련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폭행이나 폭언을 당해 경찰에 신고해도 징역·벌금형 등 처벌에 이른 경우는 10%에 그쳤다.

박 대변인은 "'의료인 폭행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 의료 기관 내 폭력·강력 범죄 근절을 위한 법안 등을 추가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은 1990년대부터 의료인 폭행을 강력하게 처벌하기 시작했다"며 "우리 사회도 이에 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처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백 교수는 "의료인 폭행 가해자 중에는 알코올 문제나 정신 질환을 가진 경우가 있다"며 "특히 정신 질환 문제는 처벌 수위를 높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치된 정신 질환자를 어떻게 빨리 발견하고 치료할지에 대한 법 개정이나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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